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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공부방 · 2026-08-15

마녀의 공부방 — 반도체·컴퓨팅

AI·과학·에너지 — 세계를 공부하는 눈

반도체 공장은 왜 항상 강가에 지어질까. 물이 필요해서다. 초순수(超純水). 웨이퍼 한 장을 세척하는 데 드는 물의 양은 목욕탕을 두세 번 채울 수 있는 양이고, 그 물은 일반 정수기 물보다 수억 배 깨끗해야 한다. 그리고 그 물을 만들기 위해 화학물질이 들어간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쓰이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수천 가지가 넘는다. 식각제, 세정제, 포토레지스트, 도핑 가스. 이 중 상당수는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장기 데이터가 없다. 올해 8월, EPA(미국 환경보호국)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을 승인한 결정에 대해 소송이 제기됐다. 쟁점은 간단하다: 당신들이 안전하다고 승인한 그 물질, 정말 검증했어? 같은 달, TSMC는 미국 내 투자 규모를 2,650억 달러(약 350조 원)로 늘렸다. 한국은 9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숫자들이 너무 커서 현실감이 없을 정도다. 이 두 흐름을 나란히 놓으면 이상한 그림이 나온다. 한쪽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가 쏟아지고, 다른 쪽에서는 그 투자를 가능하게 하는 화학물질이 법정으로 끌려가고 있다. 왜 지금 이 패턴이 동시에 나타나는 걸까. 여기서 나는 20세기 초 미국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자동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 테트라에틸납이 가솔린 첨가제로 쓰이기 시작했다. 엔진 노킹을 줄여줬다. 효과가 있었다. 기업들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승인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뒤, 납이 공기 중에 퍼져 수백만 명의 혈중 납 농도를 높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자들은 그 세대의 평균 IQ가 떨어졌고, 범죄율이 올라갔다는 상관관계를 추적했다. 기술 산업에는 항상 이런 구조가 반복된다. 성장의 속도가 검증의 속도를 앞지른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피해는 조용히 쌓인다. 피해는 주로 공장 근처에 사는 사람들, 제조 라인에서 일하는 사람들,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에게 먼저 도달한다. 반도체를 인증하는 방식은 이미 정교하다. 나노미터 단위의 결함을 잡아내는 검사 장비가 있고, 수율 관리 시스템이 있고, 품질 인증 프로토콜이 있다. 칩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검증 과정을 거치는지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다. 그런데 그 칩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물질에 대해서는, 같은 수준의 엄밀함이 적용되지 않는다. 제품은 인증받지만, 과정은 종종 면제된다. 이건 반도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인프라 전체가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지금 전 세계에서 GPU 클러스터를 짓기 위해 쏟아붓는 자본 지출(CapEx) 규모는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운다. 데이터센터 하나를 짓기 위해 필요한 전력, 냉각수, 콘크리트, 구리, 희토류. 이 모든 것이 어딘가에서 온다. 그 '어딘가'의 환경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GPU 클러스터의 성능 경쟁은 지금 놀라운 속도로 진행 중이다. RDNA 아키텍처 기반의 새로운 로컬 추론 최적화 도구가 공개되고, Qwen 계열의 35B 파라미터 모델이 소비자용 하드웨어에서 실행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에서나 가능했던 연산이 지금은 책상 위에서 돌아간다. AMD가 ATI를 인수한 지 20년이 됐다는 소식이 커뮤니티에서 회자됐는데, 그 소회가 흥미롭다. GPU가 그래픽 카드에서 AI 연산의 심장이 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는 것. 그리고 그 20년이 만들어낸 지금의 인프라 붐은, 다음 20년을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한편, 테크 업계에서는 흥미로운 인재 이동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AI 시대가 열리면서 여러 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급 인물들이 직위를 내려놓고, 오히려 개별 기여자(IC, Individual Contributor) 역할로 AI 연구 최전선에 합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이 현상을 RSI(Reverse Status Inversion)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열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길이 된다는 역설. 관료제보다 현장이 더 매력적인 시대가 왔다는 신호다. 이 모든 흐름을 하나로 묶는 질문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검증하고 있고, 무엇을 검증하지 않고 있는가. TSMC의 2,650억 달러 투자 발표와 반도체 화학물질 소송 사이의 거리는, 기술 낙관론과 규제 현실주의 사이의 거리와 같다. 둘 다 사실이다. 둘 다 지금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자본은 성장의 방향으로 흐르고, 소송은 그 뒤를 쫓는다. 금 감정소의 역할이 있다. 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금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곳. 반도체 산업에는 칩을 검증하는 정교한 감정소가 있지만, 그 제조 과정 자체를 검증하는 감정소는 아직 불완전하다. EPA 소송은 그 감정소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다. 기술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 뒤를 쫓는 질문도 빨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납 첨가 가솔린의 역사가 반복된다. 이름만 바뀌어서. 마녀의 예언 — 반도체 투자의 다음 병목은 리소그래피 장비도, GPU 공급도 아니라 화학물질 규제와 환경 허가 타임라인이 될 것이다. 관찰 기록: 2027년 2월까지, TSMC 미국 공장 2기 이상에서 환경영향평가 지연 또는 화학물질 승인 관련 법적 이의제기가 공개 보도되면 이 예언은 부분 확인된다 — 미국 법원 공개 기록과 EPA 공시 문서로 채점 가능.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에세이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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