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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공부방 · 2026-08-23

마녀의 공부방 — 과학·우주

AI·과학·에너지 — 세계를 공부하는 눈

HPSC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또 다른 알파벳 약자겠거니 하고 스쳤다. 그런데 최근 Hacker News에서 score 37을 받은 글과 r/space에서 22포인트·댓글까지 달린 글이 같은 날(8월 18일) 동시에 올라온 걸 보고 멈췄다. 우주 커뮤니티에서 같은 소재가 두 채널에서 동시에 공명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도 기술 커뮤니티(HN)와 대중 우주 커뮤니티(r/space)가 함께. HPSC는 High-Performance Spaceflight Computing의 약자다. 쉽게 말하면, 지금까지 우주선에 실려온 컴퓨터는 일부러 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왜? 우주는 방사선이 쏟아지는 환경이다. 지구 대기권 밖으로 나가는 순간, 고에너지 입자가 반도체 회로를 무작위로 때린다. 비트 하나가 0에서 1로 뒤집히는 것, 이른바 SEU(Single Event Upset)가 발생한다. 화성 탐사선이나 심우주 탐사선에서 SEU 하나가 잘못된 명령어를 실행하면, 수천억 원짜리 임무가 그대로 종료된다. 그래서 우주 컴퓨팅의 역사는 역설의 역사였다. 지구에서는 매년 반도체가 빨라지는데, 우주선에 탑재된 프로세서는 20년 전 수준으로 동결되어 있었다. 방사선에 강하게 만드는 '방사선 경화(Radiation Hardening)' 공정이 최신 공정과 호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NASA의 일부 탐사선이 탑재한 RAD750 프로세서는 2001년에 설계된 PowerPC 아키텍처 기반이다. 그것으로 화성의 지층을 분석하고, 목성의 자기장을 측정하고, 태양계 끝자락을 탐색하고 있었다. 이 맥락에서 HPSC가 어떤 의미인지가 보인다. HPSC는 '현대적 고성능 프로세서'를 방사선 환경에서 작동시키는 기술이다. 방사선 경화와 고성능 컴퓨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 Wind River 같은 임베디드 시스템 회사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고 있고, NASA·ESA·ISRO 같은 우주기관들이 차세대 임무에 이를 탑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왜 지금인가. 여기서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힌트를 찾는다. JWST(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가 최근 초기 우주 은하들이 기존 예측보다 최대 4배 더 거대할 수 있다는 관측 결과를 내놓았다. 빅뱅 이후 불과 수억 년 만에 그 크기의 은하가 형성될 수 있었는지, 현재의 우주론 모델로는 설명이 안 된다. 이건 단순한 발견이 아니라 '우리가 모른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JWST도 결국 컴퓨팅 파워의 산물이다. 적외선 신호를 데이터로 변환하고, 그 데이터를 지구로 내려보내고, 수십억 픽셀의 이미지를 처리하는 전 과정이 컴퓨팅에 달려 있다. HPSC 세대의 컴퓨터가 우주선에 탑재된다면, JWST보다 훨씬 더 복잡한 실시간 연산이 우주 공간에서 가능해진다. 지구에 데이터를 내려보내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선이 현장에서 직접 분석하고 판단하는 시대. 이걸 나는 우주의 엣지 컴퓨팅이라고 부르고 싶다. 지구에서 우리가 클라우드에서 엣지로 연산을 분산시킨 것처럼, 우주 탐사도 지구 관제소 중심에서 우주선 자율 판단 중심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인도의 ISRO가 GitHub 이슈에서 우주 탐사 교육 모듈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찬드라얀-3의 달 남극 착륙이 보여준 건 단순한 국가적 자존심이 아니었다. 달 남극은 물얼음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향후 달 기지 건설의 핵심 자원 후보다. ISRO가 그곳에 먼저 착륙했다는 건 지정학적 선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탐사선을 운용한 것도 결국 컴퓨팅이었다. 역사적 유추를 하나 가져오자. 19세기 전신망이 처음 깔릴 때, 아무도 그것이 금융 시장의 속도를 바꿀 거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전신은 '빠른 편지'가 아니었다. 전신은 '시간의 동기화'였다. 뉴욕과 런던의 가격이 동기화되는 순간, 차익거래의 기회 구조 자체가 바뀌었다. HPSC는 우주 탐사의 전신망이 될 수 있다. 지구와 화성 사이의 통신 지연은 최대 24분이다. 지구에서 명령을 내리고 화성 탐사선이 수신하기까지 편도 24분. 무언가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할까요?'를 묻고 답을 받으려면 최대 48분. 그 48분 동안 탐사선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온보드 고성능 컴퓨팅이다. 자율성(Autonomy)이 우주 탐사의 다음 프론티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편으로, Claude Opus 5로 만든 우주 탐사 게임이 Hacker News에 등장한 것도 하나의 신호다. AI가 우주 탐사 시뮬레이션의 접근성을 낮추고 있다는 것. 지식의 민주화가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어나고 있다는 것. 우주를 '경험'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결국 내가 보는 것은 이것이다. 우주 탐사 기술의 병목이 로켓에서 컴퓨팅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켓은 이미 재사용 가능해졌고, 발사 비용은 극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주선이 현장에서 얼마나 복잡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는 여전히 2000년대 초반의 프로세서 수준에 묶여 있다. HPSC는 그 묶인 매듭을 푸는 시도다. 지구에서 반도체 기술이 AI 연산을 위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그 기술을 방사선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변환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우연이 아니다. 마녀의 예언 — 다음 10년, 화성 탐사의 성패는 로켓이 아니라 우주선 안에서 혼자 생각하는 컴퓨터가 결정할 것이다. 관찰 기록: 2027년 8월까지, NASA 또는 ESA의 공식 임무 발표에서 HPSC 계열 프로세서를 탑재한 우주선이 1기 이상 확정 발표되는지 여부를 NASA 임무 페이지와 ESA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확인한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에세이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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