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에서 필리핀 선원 두 명이 죽었다.
이란이 사우디 유조선을 공격했고, 두 사람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건이 다음날 아침 국제 뉴스 사이클에서 어떻게 소비됐는지를 보면 흥미로운 일이 일어난다. 대부분의 매체가 '중동 긴장 고조'라는 프레임으로 처리하고 다음 뉴스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 사건을 지금 일어나고 있는 더 큰 게임의 맥락에서 읽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온다.
이란은 지금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 많지 않다. 핵 프로그램은 협상 카드로 너무 오래 써먹어서 가격이 많이 떨어졌고, 경제 제재는 누적됐으며, 대리전 네트워크는 레바논과 예멘에서 상당히 소진됐다. 그 상황에서 호르무즈는 여전히 유효한 레버리지다.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이란은 이것을 알고, 상대방도 그것을 안다는 것을 이란은 안다.
그런데 이란이 지금 선택한 방법이 흥미롭다. 직접 봉쇄가 아니다. 탄도미사일 공격도 아니다. 유조선 한 척에 대한 간접 공격이다. 이것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아직 하지 않았다"는 회피 공간을 남겨두는 전형적인 협상 전 압박 전술이다. 물리적 봉쇄 전에 법적·간접 봉쇄로 해상보험료를 올리고, 선주들이 스스로 항로를 바꾸게 만드는 2단계 전략의 냄새가 난다.
그리고 그날 미국에서는 디젤 가격이 4월 전쟁 피크에 근접했다는 데이터가 나왔다.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SPR은 이미 수십 년 만의 최저 수준이고, 러시아 제재로 유럽향 정제유 공급이 재편된 상태에서, 중동 공급 불안이 겹치면 정제유 시장은 원유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한다. 디젤은 트럭, 기차, 농기계, 건설장비의 연료다. 디젤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오르는 게 아니라, 물가를 잡으려는 모든 시도의 비용이 오른다.
여기서 잠깐 멈춰서 생각해볼 것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와 핵 협정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같은 날 흘러나왔다. 표면적으로는 중동 핵 비확산 문제다. 하지만 이 협정이 타결되면 사우디는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들어오고, 이란과의 지정학적 균형은 완전히 재편된다. 이란 입장에서 이 협정은 체결되기 전에 저지해야 할 것이다. 유조선 공격의 타이밍이 이 협상 국면과 겹친다는 것은 단순한 배경 소음이 아닐 수 있다.
한편 같은 날 전혀 다른 세계에서, AI 서버 인프라 기업의 주가가 시장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분기 실적이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실제 수요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그리고 우버는 전 세계 직원의 10%를 잘랐다.
이 두 사건을 연결하는 선을 그어보자.
우버가 인력을 감축하는 이유는 AI 자동화로의 전환이다. AI로 전환하려면 컴퓨팅이 필요하다. 컴퓨팅은 전기로 환원된다. 전기를 대량 생산하려면 연료가 필요하고, 그 연료의 가격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안전에 달려 있다. AI 전환 시대의 가장 큰 적은 알고리즘의 한계가 아니라 에너지 지정학이다.
미국 정부가 AI 저작권 소송에서 빅테크 편을 든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AI 경쟁력은 안보"라고 명시적으로 말했다. 이것은 정책 선언이 아니라 전략 선언이다. AI 기술 우위를 안보 문제로 격상시키면, 규제 완화와 자원 투입 모두 정당화된다. 그리고 칩 관세를 '타겟형'으로 검토한다는 발표가 같은 날 나왔다. 중국의 AI 개발 속도를 늦추는 것이 목표다.
이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AI 패권 전쟁의 연료는 데이터가 아니라 에너지이고, 에너지의 가격은 지금 이 순간 호르무즈에서 결정되고 있다.
필리핀 선원 두 명의 죽음이 뉴스 피드에서 하루 만에 사라진 자리에, 이 구조가 조용히 자리를 잡는다.
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각 말들은 자신이 어떤 수를 두는지 알고 있을까. 선원들은 분명 몰랐을 것이다. 우리는?
마녀의 마지막 한마디 — 호르무즈는 봉쇄되지 않는다, 봉쇄될 것처럼 보이는 것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관찰 기록: 향후 6주(2026-10-14) 내 글로벌 해상보험(Marine War Risk) 프리미엄이 호르무즈 구간 기준으로 4월 피크 대비 20% 이상 상승하면 '간접 봉쇄 2단계 진입' 가설 지지; 반대로 이란-미국 간 비공식 채널 재개 신호(유엔 접촉, 제재 유예 조치 등)가 확인되면 가설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