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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공부방 · 2026-09-04

마녀의 공부방 — 과학·우주

AI·과학·에너지 — 세계를 공부하는 눈

8월 30일, 새벽 여명 속에서 로켓 하나가 지구를 떠났다. 탑재물은 Nancy Grace Roman 우주망원경. 목적지는 지구에서 약 160만 킬로미터 떨어진 태양-지구 제2 라그랑주 점(L2). 달까지 거리의 네 배, 그 고요한 중력의 균형점에 자리를 잡으면 로만 망원경은 지구의 대기도, 태양풍의 간섭도 없이 우주의 심연을 가장 넓은 시야로 훑을 수 있게 된다. r/space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스레드는 16,127명이 추천했고, 476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반응은 단순한 팬심이 아니다. 거기엔 뭔가 다른 감각이 섞여 있다. 왜 지금, 이 발사가 이토록 많은 사람을 움직였을까? 같은 날 백악관은 "미국 우주 아카데미(United States Space Academy) 설립"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r/space에 올라온 해당 스레드에는 2,277명의 추천과 673개의 댓글이 붙었다. 이 두 사건이 같은 날 터진 것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발사는 기술이고, 아카데미는 선언이다. 기술 하나를 쏘아 올리는 것과, 그 기술을 다음 세대에 제도적으로 이식하겠다는 선언을 동시에 내놓는 것은 — 패권 구조를 짜는 방식이다. 그러면 로만 망원경이 L2에서 실제로 무엇을 보려는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주된 임무는 암흑 에너지다. 우주 전체 에너지의 68%를 차지하면서도 우리가 직접 관측한 적 없는,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무엇인지는 모르는 그것. 로만의 넓은 시야각은 기존 허블 망원경의 100배 이상 넓은 하늘을 한 번에 담을 수 있어, 수억 개의 은하 분포를 지도로 만드는 데 유리하다. 암흑 에너지의 존재는 우주 팽창 속도가 가속되고 있다는 관측 사실에서 추론된다. 그 가속도를 설명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아직 모른다. 로만은 그 '모름'의 윤곽을 정밀하게 그리려는 시도다. 여기서 흥미로운 대구(對句)를 하나 끌어들이고 싶다. Hacker News에서 27포인트를 받은 글이 하나 있었다. 제목은 "HPSC(High-Performance Spaceflight Computer)가 왜 우주 탐사에서 중요한가"였다. 그리고 거의 같은 시기, 테리 타오(Terry Tao)의 블로그에는 수학 난제인 카케야 추측(Kakeya Conjecture)의 최근 진전을 다룬 글이 11포인트를 받으며 주목받았다. 표면적으로는 전혀 다른 두 이야기다. 전자는 우주선 탑재 컴퓨터, 후자는 바늘이 360도 회전할 때 필요한 최소 면적에 관한 수학 문제다. 그런데 이 둘을 이어주는 공통 언어가 있다.
계산 가능성의 한계를 어떻게 밀어붙이는가.
HPSC는 방사선이 쏟아지고, 냉각도 없고, 수리도 불가능한 우주 환경에서 현대의 AI 워크로드를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에서 출발한다. 기존 우주용 프로세서들은 수십 년 된 아키텍처를 방사선 강화(radiation hardening)해서 쓰는 방식이었다. 성능은 형편없지만 생존은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 우주선은 자율 착륙, 실시간 센서 융합, 행성 표면 탐사 경로 최적화 등 AI가 필요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HPSC는 그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다. 카케야 추측은 그 자체로는 우주와 무관하지만, 그 해결 과정에서 나온 수학적 도구들 — 특히 고차원 공간에서 정보의 집중과 분산을 다루는 방법론 — 은 신호 처리, 압축 알고리즘, 암호학에 쓰인다. 우주 망원경이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지구로 전송하고 해석하는 데 이런 수학이 조용히 기반이 된다. 이 구조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패턴과 닮아 있다. 17세기 유럽에서 항해술이 발전했을 때, 앞에 보이는 것은 새로운 대륙이었지만 그 뒤에서 작동한 것은 삼각함수와 시계 제작 기술이었다. 항해 시계(marine chronometer)가 경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주기 전까지, 배는 위도는 알아도 경도를 몰랐다. 수학과 공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탐사의 도약이 일어났다. 지금도 그 구조는 반복된다. 암흑 에너지를 보려면 망원경이 필요하고, 망원경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고성능 컴퓨터가 필요하고, 고성능 컴퓨터를 우주에서 작동시키려면 새로운 반도체 설계가 필요하고, 데이터 압축과 신호 처리를 개선하려면 순수 수학의 진전이 필요하다. 이 체인은 단절 없이 연결되어 있다. 한편, 같은 기간 ISS 우주인이 찍은 두 장의 사진이 r/space에서 각각 9,181포인트와 5,297포인트를 받았다. 하나는 몽골 상공에서 SpaceX Dragon의 창문을 통해 찍은 은하수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의 마하 쿰브 멜라(Maha Kumbh Mela) — 144년에 한 번 열리는 힌두교 순례 행사로 수백만 명이 한 장소에 모이는 장면 — 를 궤도에서 포착한 것이다. 이 두 장의 사진이 동시에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킨 것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인간은 '크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한다. 우주의 크기, 군중의 크기, 시간의 크기. 144년에 한 번 모이는 사람들을 궤도에서 내려다보는 이미지는 두 가지 스케일을 동시에 건드린다. 그 충돌이 감정을 만든다. 로만 망원경의 160만 킬로미터 여정이 16,000명을 움직인 것도 같은 원리다. 암흑 에너지가 뭔지 몰라도, "저 멀리로 간다"는 사실 자체가 어떤 것을 건드린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멈춰야 할 지점이 있다. 최근 과학 연구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결과 하나가 나왔다. 수백만 년 전, 지구가 태양의 보호 자기권 — 태양권(heliosphere) — 밖을 통과했던 시기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태양권은 성간 방사선을 막아주는 거대한 거품인데, 이 거품이 없었던 시기에 지구는 훨씬 더 강한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었을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시기가 지구 생명체의 진화 속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본다. 보호막의 부재가 오히려 돌연변이를 가속시켰을 가능성.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우주로 나가려는 것은 — 그 보호막을 스스로 벗어나는 시도이기도 하다. L2는 여전히 태양권 안이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향하려는 곳은 그 바깥이다. 화성도 목성도 태양권 안이지만, 성간 공간은 다르다. 그 여정에서 인간이 마주할 방사선 환경은 지구 표면의 수백 배다. HPSC가 방사선 환경에서 작동하는 컴퓨터를 만들려는 이유도, 결국은 그 여정을 위한 준비다. 탐사의 역사에서 보호막을 걷어내는 것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했다. 동시에, 그 대가를 기꺼이 치르는 문명만이 새로운 지형을 손에 넣었다. 미국 우주 아카데미 설립이 같은 날 발표된 것을 다시 떠올린다. 이것은 단순한 교육 정책이 아니다. 우주 탐사 역량을 군사·산업·과학에 걸친 국가 인프라로 제도화하겠다는 선언이다. 로만 망원경이 암흑 에너지를 연구하는 동안, 아카데미는 그다음 세대의 탐사자를 양성한다. 이 두 축 — 지금의 발사와 미래의 인력 — 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이 이번 8월의 진짜 구조다. 과학의 돌파구는 언제나 단선적이지 않다. 망원경 하나, 수학 정리 하나, 컴퓨터 아키텍처 하나가 각자 다른 궤도를 돌다가 어느 순간 교차한다. 그 교차점에서 우리가 "발견"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어난다. 로만 망원경이 L2에서 처음으로 데이터를 지구로 보내오는 날, 우리는 아직 모르는 무언가의 윤곽을 처음으로 보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이 어떤 질문을 새로 열어놓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마녀의 예언 — 암흑 에너지의 지도가 완성되는 날, 인류는 우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우주론 전체를 다시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관찰 기록: 2027년 2월까지 로만 망원경의 첫 번째 과학 데이터 공개 시점에, NASA 공식 발표 자료에서 암흑 에너지 측정 정밀도가 기존 Euclid 위성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었다는 수치가 포함되는지를 확인한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에세이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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