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종말론 예측 그만 좀 하라. 사회에 해롭다."
젠슨 황의 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이 발언이 나온 타이밍이 더 흥미롭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AI 안전 회담을 연 바로 그날, 유엔 안보리에는 AI 업계 리더들이 모여 국제 공조를 촉구했다. 미국은 반대했다. 그리고 젠슨 황은 "종말론을 멈춰라"고 말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깔끔하다.
AI 안전 담론이 국제 규범으로 굳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누군가는 그 규범을 집행하는 기구를 만들자고 나선다. 그 기구가 어떤 나라의 Compute 투자를 "위험하다"고 지목할 수 있다. 이건 기술 통제가 아니라 패권 통제의 문법이다.
트럼프-시진핑 회담의 결론은 양측 모두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회담은 열렸다. 왜? 담론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우리가 AI 안전의 기준을 정한다"는 위치를 먼저 선점하는 쪽이 이후의 규범 게임에서 유리하다. 실질 규제가 아니라 규범 선점 경쟁이다.
젠슨 황의 발언은 이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종말론은 해롭다"는 말은 동시에 "AI를 규제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AI 인프라 투자를 가속해야 한다는 논리의 방어막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 나온 이유는 순수한 계몽 의지가 아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보자.
미국이 유엔 안보리의 AI 국제 공조에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 기구가 개입하면 자국의 Compute 우위를 규범으로 묶어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AI 안전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자신이 정의하는 방식의 안전을 원한다. 국제 공조란 곧 중국의 발언권을 합법화하는 통로다. 미국 입장에서 그건 수용 불가다.
그런데 이란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란 대통령이 "절대로 무릎 꿇지 않겠다"고 공식화한 날, 석유 선물 시장에서는 소리가 없었다. 에티오피아와 티그라이는 서로 공세를 시작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홍해 항로는 이미 절반이 우회하고 있다. 디젤은 갤런당 6.5달러를 넘었다. 미국 국채 금리는 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AI 담론은 화려하고 미래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끈다. 그 사이에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재편이 조용히 진행된다. 호르무즈가 흔들리고 홍해가 위협받을 때, 아시아의 LNG 수입국들은 만성적인 비용 압박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은 분기의 문제가 아니라 10년의 문제다.
담론의 중심은 AI다. 돈의 중심은 에너지다.
이 두 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알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는다. 전기는 천연가스로 만든다. 천연가스는 해상으로 운반된다. 해상 항로가 불안하면 Compute 가속의 비용 구조 자체가 흔들린다.
젠슨 황이 종말론을 멈추라고 한 그 날, 호르무즈는 좁아지고 있었다.
AI 군비경쟁의 이면에 에너지 지정학이 있고, 에너지 지정학의 이면에 해상 통제권이 있다. 이것이 지금 동시에 압박되고 있다는 사실을 "AI 안전 회담"이라는 뉴스 사이클이 가리고 있다.
미·중 무역 휴전이 2개월 연장됐다. 베선트 재무장관이 발표했다. 이것도 타이밍이 묘하다. 이란이 강경화하고 에티오피아가 다시 타오르는 바로 그 시점에 미중은 휴전을 연장한다. 두 강대국이 충돌할 에너지를 다른 곳에서 소비하는 동안, 제3의 불씨들은 아무도 끄지 않은 채 번지고 있다.
역사는 대전쟁이 결정적 사건 하나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복수의 주변부 위기가 동시에 임계점을 넘을 때, 그것들이 연결된다. 홍해와 호르무즈가 동시에 압박받는 시나리오는 이제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라 개연성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종말론보다 에너지 종말론이 더 현실적인 계산식을 가지고 있다.
마녀의 마지막 한마디 — 담론이 AI를 향할수록, 실제 위기는 에너지와 해상로에서 조용히 형태를 갖춰간다.
관찰 기록: 향후 6주 이내(2026-11-05 기준), 호르무즈 봉쇄 또는 에티오피아-홍해 연계 긴장 고조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글로벌 LNG 현물가격 아시아 기준 15% 이상 상승 여부로 확인 — 두 요소 중 하나만 발생하면 부분 적중, 두 요소 모두 미발생 시 이 에세이의 구조적 위협 판단은 과장으로 간주한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에세이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